경주 힐링로드 만행일기

벌써 옛 일처럼 아스라한 만행일기를 쓰려니 얼굴이 화끈거려 목욕재계도 하고 눈 씻기도 하고 주변 청소도 마쳤다. 2021년 신축년 흰 소띠해가 꼬리만 남겨둔 채 깊은 발자국을 남긴다.

상상 속 우주여행이 현실이 되고 로봇자율주행 자동차가 도로 시험 중이다. 문명과 산업이 발달할수록 우리 인간의 과도한 탐심으로 무위자연은 심하게 훼손되고 오염되어 결국 자연은 인간에게 그 과보를 돌려주고 있는 듯하다.

2020년 코로나19라는 머리 없는 세균이 파생되어 마치 세계전쟁이 일어난 것처럼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고 세상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 사람과의 접촉을 금기시하고 있다.

거리두기와 마스크를 쓰고 각각의 나라마다 하늘 길과 도로를 막으며 세균바이러스 방역에 전 세계가 분주하다. 코로나가 발발한지 벌써 2년,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코로나 공포에서 조금씩 벗어나며 이제 일상으로의 회복을 위한 위드 코로나로 전향되면서 드디어 11월 27일, 28일 이틀간 GK투어 힐링로드 경주 명상투어 만행날이 잡혔다.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 어수선한 시절에 간절하게 선사님을 뵐 수 있었고 오랜만에 도반님도 만날 수 있어서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기분이 좋았다.

GK투어 깃발을 세우고 교촌마을 최부자 집을 거쳐서 월정교를 지날 때 선사님께서 ‘이 다리 위에서 원효대사와 요석공주 두 사람이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고’ 하셨다. 일순간 승복을 입은 스님과 아낙네가 다정히 걷는 모습이 그려지자 무언가 맞지 않는 퍼즐처럼 금세 그 그림은 깨어져 버렸다.

십여 년 전 선원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선사님 설법 중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와의 인연에 대한 놀라운 법문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원효대사는 어떻게 작금의 미래까지 염두에 두고 요석공주와 인연을 맺어야 했는지, 인간의 능력이 어디까지이며 왜?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는지, 십여 년 전에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신기하고 의문투성이였다.

지금은 선사님의 야단법석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지고 이렇게 선사님과 만행을 하며 자연의 이치를 경험하게 되면서 글로써 표현하기까지의 과정이 뼈를 깎는 고행을 수반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선지식 분들의 숭고한 뜻이 빛처럼 전해져온다.

이제는 한자를 몰라도 한글로서 등록된 인터넷 사이버공간 유튜브에서 사단법인 우곡선원에 전 세계가 접속할 수 있게 되었다.

위대한 업적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스스로 깨우치려면 많은 애를 써야 하지만 깨우친 자 곁에 있으면 저절로 깨우쳐진다는 글귀가 더욱더 와 닿습니다.

보정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