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드디어 봉화산으로 만행을 갔다. 올 가을에는 그냥 지나가나 했는데 고마우신 도반들 덕분에 이루어졌다.
봉화산 감나무는 덩실덩실한 감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젊은 시절 퇴근하고 집에 가면 기다렸다는 듯 내 품으로 달려들던 어렸을 적 내 아이들처럼 손만 뻗으면 붉은 감이 내 손으로 안겨 들어왔다.
솔직히 나는 봉화산이 좋다. 아담하고 자연스러운 산의 모습처럼 산 공기가 부드럽고 온화하며 산길이 험하지 않아 숨을 헐떡이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들꽃과 나무와 열매가 여기저기 눈 가는 곳마다 있어서 들꽃식물도감을 보는 것 같아 심심하지 않고 즐겁다.
특히 산길 모퉁이 한 켠에 나즈막히 피어있는 들꽃은 참 감동적이었다. 곱고 싱싱하고 화려함이 주는 아름다움도 없고 물기 없는 흙을 뚫고 나오느라 지치고 마른 몸에 흙먼지까지 뒤집어썼지만 주어진 자기자리에서 묵묵히 생명을 이어가며 꽃을 피우고 있는 작은 들꽃은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땀 흘리며 고단한 하루하루를 말없이 감당하며 살아가는 내 이웃의 모습 같았다. 아름다움보다 감동이 주는 마음의 울림이 더 깊고 오래 간다.
한 달쯤 지나면 단감도 다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울긋불긋 감나무잎과 황금빛 소나무 잎으로 켜켜이 쌓인 나뭇잎카펫이 만들어져 있겠지? 올해도 나뭇잎카펫을 밟는 호사를 누릴 기회가 있으려나....
내 의식의 바다를 둥둥 떠 다니던 공부의 흔적들이 어느 날 한 줄로 쭉 서더니 빛이 되었다. 구도의 길은 양파를 까는 것과 같다고 하셨던 우곡선사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뭔가 있을 거라 기대하고 갔는데 아무 것도 없음을 만나게 되었다. 아니 내가 짐작하고 내세웠던 번쩍번쩍한 황금산이나 무릉도원은 없었다.
불법은 무상도리이다. 마음에 걸림이 없는 것이고 공이며 머무르지 않고 치우치지 않는 중도이다. 그래서 일상에서 참사람의 도덕과 예를 기준으로, 이왕이면 보기 좋고, 반듯하고,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살아가면 된다. 마음은 자유롭게 쓰고 거두는 에너지이고 자유롭게 쓰고 거두려면 마음의 힘이 있어야한다. 마음의 힘은 뱃심이고 내공이다. 결국 불교는 내공을 기르는 방편이다. 나는 정말 내공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선원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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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산 만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