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

경전의 어계(語系)

 

범어, 팔리어, 서장어, 중국어, 구미어, 일본어로 대별됨

석존께서는 당신의 제자들에게 무지한 하층민도 설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었다. 통속적인 언행으로 이루어진 석존의 가르침은 쉽게 인도의 여러 지방에 전파되고 갖가지 언어로 번역되어 졌을 것으로 봐야한다. 왜냐면 부처님의 법은 당면한 일상 생활철학을 구현시키기 위하여 시방의 많은 비유를 들은 것이기 때문에 불교가 손쉽게 전파되었을 것으로 미루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불교가 북방과 남방 아시아 여러 지역으로 전파되면서 일반 서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용어로 번역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한 부처님의 참뜻인 불법(佛法)이 점차 일반민중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가르침이 여러 언어로 번역된 어계(語系)를 대별하면 다음과 같다.

1) 범어

범어(梵語)는 고대 인도에 있어서 바라문교의 거룩한 성전어(聖典語)이었으므로 인도의 다양한 언어 중 표준어라고 할만한 것이다. 이러한 범어가 불교의 성전어가 된 것은 대월지국의 카니슈카왕 때에 카슈밀에서 개최되었던 네 번째 결집시에 범어를 불교의 성전어로 한다는 결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불교경전은 범어로 표기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범어경전은 불교의 전파와 더불어 중앙 및 동북아시아로 전해져 중국어, 서장어로 번역되어 소위 북방불교경전의 원서(原書)가 되었다.

그러나 범어경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19세기 네팔의 승원(僧阮) 고탑(古塔) 속에서 최초 발견된 이후 여러 곳에서 범어경전이 발견되었지만 그 수는 그리 많지 않다. 현재까지 발견된 범어경전은 삼장을 통하여 약40부정도 밖에 안되며 거의가 대승경전으로서 소승경전은 극히 적은 편이며 종류는 다양하나 다른 경전들처럼 질서 정연한 체계는 엿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범어경전이 산발적으로 네팔 등의 고탑, 고사원(古寺院) 또는 서역지방의 모래 속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것으로 회교도의 침입으로 법난(法難)을 맞은 인도의 불교도들이 법보(法寶)의 보호처로 히말라야산 등 변방을 택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모래밭이나 지하를 은닉처로 법보를 지키려한 승가의 호법(護法)의지를 엿볼 수 있다.

범어 경전의 발견은 이후에도 계속 되고 있다. 특히 영국의 네팔 주재원이었던 훗지손에 의해 수집된 경전들은 유럽 학계에 소개되어 인도불교 연구에 신기원(新紀元)을 열었으며, 영국의 바우워 대위는 중국 신강성의 차고에서 "공작왕주경(孔雀王呪經)"을 입수하였다. 그 후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일본의 탐색대가 신강과 돈황에서 범어 고사본을 발견하였으며 1930년에는 아프카니스탄의 바미안(bamian)에서 상당한 분량의 사본 단편을 발견하였고 1931년 카슈밀의 길기트(gilgit)에서는 다량의 범본 사경이 발견되었다.

이렇게 하여 발견된 범어경전은 불교경전의 전체 분량에 비하면 매우 적은 편이기는 하지만 각 시대를 통하여 대·소승의 경전이 있는 관계로 원어 경전으로서는 범어가 파알리어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단편적인 범어 경전들은 영·불의 학회나, 러시아의 학사원, 또는 인도의 서점이나 일본 등에서 간혹 출간되고 있으나 현존하는 범어경전의 종합적인 출판은 아직 어느 나라에서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2) 팔리어

파알리어(巴利語)는 고대인도 남방의 파알리 지방의 언어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 유포된 경전은 자연히 파알리어로 표기되었을 것이다. 인도 남단의 세이론(ceylon)에 불교가 전해지는 것도 지형적인 관계로 자연스럽게 파알리어 경전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 시기는 대략 서력기원을 전후한 때로 현재 스리랑카에는 완전한 형식을 갖춘 삼장의 파알리어 경전이 남아 있다. 또한 파알리어 경전은 버어마, 태국 등에도 원전 그대로 전해져 현재 소위 남방불교는 모두 이 파알리어 원전을 사용하고 있다.

파알리어 경전은 현존하는 여러 불교경전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이며 원초적인 형태와 내용을 정직하게 담고 있어서 원시불교 연구에 있어서는 더 없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파알리어 경전은 경, 율, 논, 삼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경장은 교법에 관한 것의 집성으로 장부(長部) 중부(中部) 상응부(相應部) 증지부(增支部) 소부(小部)의 5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5부중에서 장부, 중부, 상응부 및 증지부의 4부는 내용이 한역의 아함과 비슷하며, 소부는 한역의 아함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으나 법구경, 경집, 본생경 등 유명한 경전들이 들어 있다.

또한 율장은 경분별(經分別) 건도부(건度部) 부수(付隨)등의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경분별은 비구 250계와 비구니 350계의 각 조문을 주석하고 설명한 것이며 건도부는 출가승단의 행사작업 등을 해설한 것으로 부수는 보유적(補遺的)이다.

3) 중국어

범어의 원전은 서력기원을 전후한 시대에 서역지방 즉, 지금의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에 전하여 졌었고 점차 중국 본토로 전파되면서 한역으로 번역되었다.

법어의 한역은 서기 2세기로부터 10세기에 이르는 동안 각 왕조를 통하여 주로 국가적인 뒷받침으로 경전번역 사업이 이루어 졌으며 이것은 대부분 현존한다. 이 한역 경전은 그 종류와 분량에 있어서 다른 어떠한 언어의 경전보다도 잘 완비되어 있어 중국이나 우리 나라 또는 일본 등에서 발달된 대승불교의 근본 경전 역할을 하고 있다.

4) 서장어

티벳트에는 티벳 역사상 영주로 추앙되는 손첸 감포왕 때에 불교가 전래되었다. 티벳트는 주술을 중시하는 샤머니즘적인 본교가 있었으나 전래된 불교와 합해지며 라마교라는 독특한 티벳 불교가 되었다.

7세기 전반 손첸 감포왕이 티벳의 전 국토를 장악할 때 중국의 문물이 티벳으로 전해진 계기가 되었고 이때 중국이나 인도 불교가 전래하게 된 단서가 되었다. 또한 불교 신자였던 문성공주가 중국에서 법사들을 초청하여 사원을 건립하고 유학생들을 파견하여 범어 경전을 티벳으로 도입시키는 촉진제가 되었다. 그리고 톤미 삼보타를 인도로 파견하여 범어를 연구토록 하여 범어경전을 토대로 티벳어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이리하여 티벳어로 번역된 불교 경전은 라마교의 경전으로써 오늘날까지 남아 있으며, 티벳은 10세기 이후 네 차례에 걸쳐 대장경 간행을 하였으며 중국에서도 명·청대에 세 차례의 간행이 있었는데 우리는 이것을 서장대장경 또는 번본대장경(番本大藏經)이라 한다.

서장역(西藏譯)경전은 문화 사상 측면에서 한역에 뒤떨어진 면이 있지만 그 종류와 분량이 한역 다음으로 풍부하고 한역에 없는 것이 서장대장경에 들어 있다. 또 언어의 성질상 범어를 모방하여 서장어(西藏語)를 만들었기 때문에 서장어 경전을 범어 경전으로 복번(複飜)할 수 있어서 범어경전이 적은 오늘날에 있어서 서장어 경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크다. 서장대장경은 같은 라마교권인 몽고 등에도 영향을 끼쳐 1310년에는 30여 명의 학자가 동원되어 서장어를 몽고어로 번역 간행한 바가 있고 또한 1772년부터는 약 20년간에 걸쳐 만주어로도 번역되어 완간 되었다.

5) 구미어

인도에 관한 서양의 학문적 연구는 18세기부터다. 영국이 동양을 지배하면서 이익을 증진시키고 그들의 기독교 전파를 위해서는 반드시 인도인의 사상과 종교를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서는 선교사들 중에 저명한 동양학 전문가가 적지 않게 나타났다. 대표적인 인물로 산스크리트어 사전을 만든 옥스퍼드 대학의 윌리암스와 벨지움의 뿌생, 불전을 지어 유명한 독일의 올렌베르그, 뮌헨서 불교잡지를 낸 파알리어 학자 가이게르, 영국의 동양 연구 개척자인 막스뮬러, 파알리어 불전연구 개척자인 리스 레이비즈 부부, 카아펜터, 빈테르닛트츠, 하이델베르크에 불교학 연구회를 설립한 독일의 발레세르 등이다.

서양 학자들에 의해 현존하는 범어 및 파알리어 경전의 사본은 대부분 영어, 독일어, 불어 등으로 번역되었으며 서장어 경전도 점차 번역되고 있으며 또 한역경전도 번역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영국의 파알리어 성전협회(pali text society)의 파알리어 경전 출판과 그의 영역 사업, 그리고 막스 뮬러가 동양 종교의 경전을 처음으로 영역 집대성한 "50권의 동방성서" 출판 등이 있다.

6) 일본어

한역경전을 그대로 사용해왔던 일본불교는 우리 나라 불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일본어 번역을 시작하여 오늘날에는 대다수 이것을 사용한다. 그들은 경전 번역에 많은 학자가 동원되며 학술적 연구차원에서도 범어 원전을 참조하기 때문에 한역 사정에도 밝은 편이다. 이처럼 파알리어 경전을 직접 일본어로 번역하는 경험으로 이들은 경전 연구부분에서도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남기고 있다.

일본어로 번역된 경전은 각 종파에서 자기 종파의 소의경전 채택을 위하여 번역한다던가 또는 학자들에 의해 단일 경전들이 번역되어 지금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 전 경전을 완역한 것으로는 국역대장경, 국역일체경, 남전대장경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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