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홍인과 혜능의 인연이야기

 

5조인 홍인(弘忍 602~675)대사는 속성이 주(周)씨였다. 본래 여남에 살다가 기주의 황매로 옮겼다. 그의 어머니가 임신했을 때 광채가 하늘로 뻗어 올랐고 항상 이상한 향내가 났으며 몸과 마음이 그지없이 편안하였다. 아이가 태어나 자라자 형상이 특이하였다. 어느 날 관상가가 보고 말했다. 이 아이는 부처님의 32상(相)보다 단지 일곱 가지가 부족할 뿐입니다. 홍인은 7세에 출가하여 4조 도신대사의 법을 이어 받았지만 어릴 때부터 매우 총명하여 두 번 묻는 일이 없었다. 성인이 된 홍인대사는 8척 신장에 용모는 보통 사람과 크게 다르며 성품은 질박하고 말이 없었다.

도신대사에게서 법을 이어받은 홍인대사의 명성은 날로 높아져 당대의 호족들이 사방에서 운집하였고 10여년 동안에 출가자와 재가자를 막론하고 홍인대사의 교화를 받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22세 되는 노행자(盧行者)가 영남(嶺南)에서 홍인대사를 뵙고자 찾아왔다고 하자 홍인대사는 그를 불러서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저는 영남의 신주(新州)에서 왔는데 부처가 되기를 원합니다."
"영남사람이라면 오랑캐인데 오랑캐는 불성(佛性)이 없어 부처가 될 수 없다."
그러자 그 노행자는 "사람에게는 남쪽과 북쪽이 있으나, 불성에 어찌 남쪽과 북쪽이 있겠습니까?" 홍인대사는 노행자의 그릇됨을 알았으나 시치미를 떼고, 그를 방앗간으로 보내어 방아를 찧게 하였다. 노행자가 방앗간에서 일하기 시작한 8개월이 되던 어느날, 홍인대사께서 대중들에게 말씀하기를,
"내 너희들에게 말하나니 세상 사람의 나고 죽는 일이 크거늘 너희들 문인들은 종일토록 공양을 하며 다만 복(福)만 구할 뿐 나고 죽는 괴로운 고해바다를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너희들의 자성이 미혹하면 복이 어찌 너희들을 구제할 수 있겠느냐. 너희들은 모두 돌아가 게송 한 수를 지어 나에게 가져오너라. 내가 너희들의 게송을 보고 만약 큰 뜻을 깨친 자가 있으면 그에게 가사와 법을 부촉하여 육대의 조사가 되게 하리니 서둘도록 하라."

이때에 모든 대중들은 신수상좌가 자기네들의 교수사(敎授師)이므로 당연히 신수가 법을 부촉할 것으로 믿어서 아무도 게송을 쓰는 자가 없었다.
신수는 밤중에 남쪽복도 중간 벽에 게송을 적기를,
身是菩提樹 (신시보리수)
心如明鏡臺 (심여명경대)
時時勤拂拭 (시시근불식)
勿使惹塵埃 (물사야진애)
"몸은 보리수요
마음은 밝은 거울이라
부지런히 털고 닦아
먼지가 끼지 않도록 하라."

홍인대사가 이 게송을 보고는 대중에게 일렀다.
"너희들은 모두 이 게송을 보고 외우라. 이 게송을 외우는 자는 바야흐로 자성을 볼 것이며 이를 의지하여 수행하면 곧 타락하지 않으리라." 그리고는 신수를 방으로 불러서 신수의 글임을 확인하고는 "네가 지은 이 게송은 소견은 당도하였으나 문 앞에 이르렀을 뿐 아직 문안으로 들어오지 못하였다. 범부들이 이 게송을 의지하여 수행하면 곧 타락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견해를 가지고 위없는 보리를 찾는다면 결코 얻지 못할 것이다. 모름지기 문안으로 들어와야만 자기의 본성을 보느니라. 너는 돌아가 며칠 동안 더 생각하여 다시 한 게송을 지어 나에게 와 보여라. 만약 문안에 들어와서 자성을 보았다면 마땅히 너에게 가사와 법을 부촉하리라고 하였다.
그러나 신수상좌는 끝내 게송을 짓지 못하였다.

어떤 행자가 방앗간 옆을 지나면서 신수의 게송을 외고 있었다. 방앗간의 노행자는 이 게송을 듣고 견성하지도 못하였고 큰 뜻을 알지도 못한 것임을 알고 그 동자에게 묻기를,
‘지금 외우는 것이 무슨 게송인가’라고 묻자 동자가 노행자에게 대답하기를 홍인대사의 말씀으로 신수상좌가 게송을 지어 바쳤는데 홍인대사께서 이 게송을 외면 바야흐로 자성을 볼 것이라고 하였다고 말하자 혜능은 자신을 그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하여 다시 한번 그 게송을 읽어주기를 청하니, 옆에 있던 장일용(張日用)이라는 자가 크게 읽어 주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말을 받아 벽에 써달라고 부탁하자 장일용이 노행자의 게송을 받아 적었다.
菩提本無樹 (보리본무수)
明鏡亦非臺 (명경역비대)
本來無一物 (본래무일물)
何處惹盡埃 (하처야진애)
"보리는 본래 나무가 없고
밝은 거울 또한 받침대 없네
부처의 성품은 항상 깨끗하거니
어느 곳에 티끌과 먼지 있으리오."

대중들은 노행자가 지은 게송을 괴이하게 여겼지만 노행자는 다시 방앗간으로 돌아가 묵묵히 방아를 찧고 있었다.
대중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홍인대사께서 노행자의 게송을 보고 그가 큰 그릇임을 알았으나 여러 사람들이 알까 두려워 짐짓 대중에게 말하기를 "이도 또한 아니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날 홍인대사는 방앗간으로 가서 묵묵히 방아를 찧는 노행자에게 말씀하기를,
"방아는 다 찧었느냐?"
"쌀을 찧은 지는 오래되었지만 아직 키질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자 홍인대사는 밤에 그에게 오라 이르자 삼경이 되어서 노행자는 홍인대사의 처소로 찾자 홍인대사는 노행자의 이름을 혜능(慧能)이라고 하고 가사를 주어 법의 신표로 삼으면서 게송을 읊었다.
有情來下種 (유정래하종)
因地果還生 (인지과환생)
無精旣無種 (무정기무종)
無性亦無生 (무성역무생)
"유정이 와서 씨를 뿌리니
원인의 땅에 결과가 다시 생겨난다.
무정은 이미 종자가 없으므로
성품도 없고 태어남도 없다."

그리고는 금강경을 설해주자 혜능은 이 게송과 금강경을 듣고 문득 깨닫고는 기뻐하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자성이 공함을 내 어찌 알았으며, 삼라만상이 모두 공함을 내 어찌 알았으리오."

홍인대사는 조용히 말씀하기를 "내가 3년 후에는 열반에 들것이다. 그대는 당분간 법을 펴지 말라. 그대를 시기하여 해치는 자가 있을까 걱정해서이다."
그러자 혜능이 묻기를, "이 가사는 계속 전해야 합니까?"
"후대에는 도(道)를 얻는 이가 황하의 모래 같으리라. 이제 이 신표는 그대에게서 멈춰야 한다. 달마대사께서 이 가사를 전한 뜻은 사람들이 믿지 않을까 해서 표적으로 삼은 것이나 법을 듣고 전하는 것이 어찌 이 가사에 달렸겠는가? 만일 이 가사를 계속 전하게 되면 생명을 해치는 일이 일어날까 걱정이다. 더구나 달마대사께서도 "한꽃에 다섯 잎이 퍼져 열매가 저절로 맺으리라"하였으니 이 땅에서 그대까지가 다섯 사람이 된다는 것을 인가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이 가사를 전하는 일은 그대에게서 끝이 난 것이니라."

그리고는 밤을 도와 혜능을 남쪽으로 도망가게 하였다.

혜능이 떠나고 홍인대사는 사흘이 지나도록 설법을 하지 않았다. 나흘째 되는 날 홍인대사가 가사를 입지 않자 대중들이 눈치 채고 법과 가사가 이미 전달되었음을 알고 물었다.
"법은 누가 전해 받았습니까?"
"나의 법은 이미 영남으로 갔느니라."
신수가 다시 물었다.
"누가 스님의 법을 부촉하였습니까?"
"능(能)한 이가 얻었느니라."

대중들이 잠시 침묵에 빠져 능(能)한 이가 누구인가를 생각하다가 노행자가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닫고 7백명의 대중들이 혜능이 물려받은 가사를 빼앗기 위해 그의 뒤를 쫓았다.

후일 정수선사는 홍인대사를 찬하기를,

"5조께선 7세부터 언어 이전의 소식을 깨쳤네,
석우(石牛)가 안개를 토하고, 목마(木馬)는 연기를 머금는다.
몸과 마음 언제나 고요하고,
이(理)와 사(事)가 모두 현묘하니,
정(情)도 없고 종자(種子)도 없음이 천년만년이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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