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신심명(信心銘)
序 說
牛谷禪院은 戊子年 立秋에 三祖 僧璨大師의 信心銘을 說法하였다.
신심명은 삼조(三祖) 승찬대사(僧璨大師 ?∼606)가 저술한 146구(句) 584자(字) 사언절구(四言絶句) 형태의 시문(詩文)이다. 73개의 대구(對句)와 36게송(偈頌) 2구(句)로 구성된 신심명은 양변을 여읜 中道가 불교의 근본사상임을 표현한 중도총론(中道總論)이자 禪의 요체라고 할 수 있으며, 중국에 佛法이 전래된 이후 나타난 經文 가운데 최고의 文字라는 평가와 육조혜능(638∼713)의 단경(壇經)과 함께 불교의 보전(寶典)으로 여겨왔다.
승찬대사는 재가자로서 달마(?∼532)와 혜가(487∼593)의 뒤를 이어 중국 禪宗의 3대 祖師가 되었다. 그는 남북조시대(420∼589) 북주(556∼581)의 무제가 전국의 불탑과 불상을 파괴하며 불교를 억압하자 10여년동안 서주, 지금의 안휘성 천주산에 은거하며 보임하다가 남북조를 통일한 수(581∼618)나라 문제(581∼604)가 불교를 장려하자 산곡사[三祖寺]에 머무르며 대중들에게 선법(禪法)을 쉽게 이해시키려는 목적으로 신심명을 저술하였다.
신심명은 “道와 하나 되는 길은 결코 어렵지 않고/ 오직 가리고 선택함을 꺼릴 뿐이니/ 다만 미워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툭 트여 명백하리라(至道無難 唯嫌揀擇 但莫憎愛 洞然明白)”는 게송을 시작으로 “믿는 마음은 둘이 아니요/ 둘이 아님이 믿는 마음이니/ 언어의 길이 끊어져서/ 과거도 미래도 현재도 아니로다(信心不二 不二信心 言語道斷 非去來今)”라는 게송으로 끝마친다. 이는 편견과 집착, 미워함과 사랑함과 같은 차별을 벗어나야 불법을 깨우칠 수 있으며, 언어와 지적인 분별에서 벗어나 모든 차별이 사라진 불이(不二)의 세계 즉, 본연의 근본마음을 지향해야 신심을 키울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승찬대사는 출가 승려가 아닌 문둥병을 앓고 있던 재가자로서 이조(二祖) 혜가대사(慧可大師)를 찾아가 "제자는 문둥병을 앓고 있습니다. 화상께서는 저의 죄를 참회케 하여주십시오."라고하자 혜가대사는 "그대는 죄를 가져 오너라. 그러면 죄를 참회시켜 주리라." 라고 말하자 "죄를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대의 죄는 모두 참회되었느니라. 그대는 지금부터 불(佛), 법(法), 승(僧) 삼보(三寶)에 의지하여 안주하여라."
"지금 화상(和尙)을 뵈옵고 승보(僧寶)는 알았으나 어떤 것을 불보(佛寶) 법보(法寶)라 합니까?" "마음이 부처며 마음이 곧 법이니라. 법과 부처는 둘이 아니요, 승보 또한 다르지 않다. 그대는 알겠는가?"
"오늘 비로소 죄의 성품은 마음 안에도 밖에도 중간에도 있지 않음을 알았으며 마음이 그러하듯 불보와 법보도 둘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이에 혜가대사께서 그가 법기인 줄 알고 승찬(僧璨)이라는 법명을 내렸다. 그로부터 차츰 문둥병이 완치되어 2년 동안 스승을 시봉하였다. 승찬대사는 평생을 은둔자로 지내다가 어린나이의 도신(道信)을 만나 법을 전하면서 절대로 나에게서 법을 받았다고 말하면 안된다고 당부 하였다는 기록을 봐서 재가자와 적두찬(赤頭璨)이라 불리는 자신의 이력과 그 당시 어긋난 불교풍토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승찬대사 열반 150여 년 후 당(唐)나라 현종황제가 감지선사(鑑智禪師)라는 시호를 올리고 탑호(塔號)를 각적(覺寂)이라 하였으며, 재상 방관이 비문을 지어 추모하였다.
신심명(信心銘)
至道無難 唯嫌揀擇
지도무난 유혐간택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나니 오직 간택함을 꺼릴 뿐이니
但莫憎愛 洞然明白
단막증애 통연명백
다만 미워하고 사랑하지만 않으면
통연히 명백하리라.
毫釐有差 天地懸隔
호리유차 천지현격
털끝만치라도 차이가 있으면 하늘과
땅 만큼 어긋나나니
欲得現前 莫存順逆
욕득현전 막존순역
도가 앞에 나타나길 바라거든 따름과
거슬림을 두지 말라.
違順相爭 是爲心病
위순상쟁 시위심병
어긋남과 따름이 서로 다툼은 이는
마음의 병이 됨이니
不識玄旨 徒勞念靜
불식현지 도노념정
현묘한 뜻은 알지 못하고 공연히 생각만
고요히 하려 하도다.
圓同太虛 無欠無餘
원동태허 무흠무여
둥글기가 큰 허공과 같아서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거늘
良由取捨 所以不如
양유취사 소이불여
취하고 버림으로 말미암아 그 까닭에
여여하지 못하도다.
莫逐有緣 勿住空忍
막축유연 물주공인
세간의 인연도 따라가지 말고 출세간의
법에도 머물지 말라.
一種平懷 泯然自盡
일종평회 민연자진
한 가지를 바로 지니면 사라져 저절로
다하리라.
止動歸止 止更彌動
지동귀지 지갱미동
움직임을 그쳐 그침으로 돌아가면
그침이 다시 큰 움직임이 되나니
唯滯兩邊 寧知一種
유체양변 영지일종
오직 양변에 머물러 있거니 어찌 한가지임을
알 건가.
一種不通 兩處失功
일종불통 양처실공
한 가지에 통하지 못하면 양쪽 다
공덕을 잃으리니
遺有沒有 從空背空
견유몰유 종공배공
있음을 버리면 있음에 빠지고 공함을
따르면 공함을 등지느니라.
多言多慮 轉不相應
다언다려 전불상응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더욱 더
상응치 못함이요
絶言絶慮 無處不通
절언절려 무처불통
말이 끊어지고 생각이 끊어지면 통하지
않는 곳 없느니라.
歸根得旨 隨照失宗
귀근득지 수조실종
근본으로 돌아가면 뜻을 얻고 비춤을
따르면 종취를 잃나니
須臾返照 勝脚前空
수유반조 승각전공
잠깐 사이에 돌이켜 비춰보면 앞의
공함보다 뛰어남이라
前空轉變 皆由妄見
전공전변 개유망견
앞의 공함이 轉變함은 모두 妄見 때문이니
不用求眞 唯須息見
불용구진 유수식견
참됨을 구하려 하지 말고 오직 망녕된
견해만 쉴지니라.
二見不住 愼莫追尋
이견불주 신막추심
두 견해에 머물지 말고 삼가 쫓아가
찾지 말라.
재有是非 紛然失心
재유시비 분연실심
잠깐이라도 시비를 일으키면 어지러이
본 마음을 잃으리라.
二由一有 一亦莫守
이유일유 일역막수
둘은 하나로 말미암아 있음이니 하나마저도 지키지 말라.
一心不生 萬法無咎
일심불생 만법무구
한 마음이 나지 않으면 만 법이 허물 없느니라.
無咎無法 不生不心
무구무법 불생불심
허물이 없으면 법이 없고 나지 않으면 마음이랄 것도 없음이라
能隨境滅 境逐能沈
능수경멸 경축능침
주관은 객관을 따라 소멸하고 객관은 주관을 따라 잠겨서
境由能境 能由境能
경유능경 능유경능
객관은 주관으로 말미암아 객관이요 주관은 객관으로 말미암아 주관이니
欲知兩段 元是一空
욕지양단 원시일공
양단을 알고저 할진대 원래 하나의 空이니라.
一空同兩 齊含萬象
일공동양 제함만상
하나의 공은 양단과 같아서 삼라만상을 함께 다 포함하여
不見精추 寧有偏黨
불견정추 영유편당
세밀하고 거칠음을 보지 못하거니 어찌 치우침이 있겠는가.
大道體寬 無易無難
대도체관 무역무난
대도는 본체가 넓어서 쉬움도 없고 어려움도 없거늘
小見狐疑 轉急轉遲
소견호의 전급전지
좁은 견해로 여우같은 의심을 내어 서둘수록 더디어 지도다.
執之失度 必入邪路
집지실도 필입사로
집착하면 법도를 잃음이라 반드시 삿된 길로 들어가고
放之自然 體無去住
방지자연 체무거주
놓아 버리면 자연히 본래로 되어 본체는 가거나 머무름이 없도다.
任性合道 逍遙絶惱
임성합도 소요절뇌
자성에 맡기면 도에 합하여 소요하여 번뇌가 끊기고
繫念乖眞 昏沈不好
계념괴진 혼침불호
생각에 얽매이면 참됨에 어긋나서 혼침함이 좋지 않느니라.
不好勞神 何用疎親
불호노신 하용소친
좋지 않으면 신기를 괴롭히거늘 어찌 성기고 친함을 쓸건가.
欲趣一乘 勿惡六塵
욕취일승 물오육진
일승으로 나아가고자 하거든 육진을 미워하지 말라.
六塵不惡 還同正覺
육진불오 환동정각
육진을 미워하지 않으면 도리어 정각(正覺)과 동일함이라.
智者無爲 愚人自縛
지자무위 우인자박
지혜로운 이는 함이 없거늘 어리석은 사람은 스스로 얽매이도다.
法無異法 妄自愛着
법무이법 망자애착
법은 다른 법이 없거늘 망령되이 스스로 애착하여
將心用心 豈非大錯
장심용심 기비대착
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쓰니 어찌 크게 그릇됨이 아니랴.
迷生寂亂 悟無好惡
미생적란 오무호오
미혹하면 고요함과 어지러움이 생기고 깨치면 좋음과 미움이 없거니
一切二邊 良由斟酌
일체이변 양유짐작
모든 상대적인 두 견해는 자못 짐작하기 때문이로다.
夢幻空華 何勞把捉
몽환공화 하노파착
꿈속의 허깨비와 헛꽃을 어찌 애써 잡으려 하는가.
得失是非 一時放却
득실시비 일시방각
얻고 잃음과 옳고 그름을 일시에 놓아 버려라.
眼若不睡 諸夢自除
안약불수 제몽자제
눈에 만약 졸음이 없으면 모든 꿈 저절로 없어지고
心若不異 萬法一如
심약불이 만법일여
마음이 다르지 않으면 만법이 한결 같느니라.
一如體玄 兀爾忘緣
일여체현 올이망연
한결 같음은 본체가 현묘하여 올연히 인연을 잊어서
萬法齊觀 歸復自然
만법제관 귀복자연
만법이 다 현전함에 돌아감이 자연스럽도다.
泯其所以 不可方比
민기소이 불가방비
그 까닭을 없이하면 견주어 비할 바가 없음이라
止動無動 動止無止
지동무동 동지무지
그치면서 움직이니 움직임이 없고 움직이면서 그치니 그침이 없나니
兩旣不成 一何有爾
양기불성 일하유이
둘이 이미 이루어지지 못하거니 하나인들 어찌 있을건가.
究竟窮極 不存軌則
구경궁극 불존궤칙
구경하고 궁극하여 일정한 법칙이 있지 않음이요
契心平等 所作俱息
계심평등 소작구식
마음에 계합하여 평등케 되어 짓고 짓는 바가 함께 쉬도다.
狐疑淨盡 正信調直
호의정진 정신조직
여우 같은 의심이 다하여 맑아지면 바른 믿음이 고루 발라지며
一切不留 無可記憶
일절불유 무가기억
일체가 머물지 아니하여 기억할 아무것도 없도다.
虛明自照 不勞心力
허명자조 불노심력
허허로이 밝아 스스로 비추나니 애써 마음 쓸 일 아니로다.
非思量處 識情難測
비사량처 식정난측
생각으로 헤아릴 곳 아님이라 의식과 망정으론 측량키 어렵도다.
眞如法界 無他無自
진여법계 무타무자
바로 깨친 진여의 법계에는 남도 없고 나도 없음이라
要急相應 唯言不二
요급상응 유언불이
재빨리 상응코저 하거든 둘 아님을 말할 뿐이로다.
不二皆同 無不包容
불이개동 무불포용
둘 아님은 모두가 같아서 포용하지 않음이 없나니
十方智者 皆入此宗
시방지자 개입차종
시방의 지혜로운 이들은 모두 이 종취로 들어옴이라.
宗非促廷 一念萬年
종비촉연 일념만년
종취란 짧거나 긴 것이 아니니 한 생각이 만년이요
無在不在 十方目前
무재불재 십방목전
있거나 있지 않음이 없어서 시방이 바로 눈앞이로다.
極小同大 忘絶境界
극소동대 망절경계
지극히 작은 것이 큰 것과 같아서 상대적인 경계 모두 끊어지고
極大同小 不見邊表
극대동소 불견변표
지극히 큰 것이 작은 것과 같아서 그 끝과 겉을 볼 수 없음이라.
有卽是無 無卽是有
유즉시무 무즉시유
있음이 곧 없음이요 없음이 곧 있음이니
若不如此 不心須守
약불여차 불심수수
만약 이 같지 않다면 반드시 지켜서는 안 되느니라.
一卽一切 一切卽一
일즉일체 일체즉일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이니
但能如是 何慮不畢
단능여시 하려불필
다만 능히 이렇게만 된다면 마치지 못할까 뭘 걱정하랴.
信心不二 不二信心
신심불이 불이신심
믿는 마음은 둘 아니요 둘 아님이 믿는 마음이니
言語道斷 非去來今
언어도단 비거래금
언어의 길이 끊어져서 과거·미래·현재가 아니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