ⅩⅠ

견아촉불품(見阿觸佛品)

 
12. 견아촉불품(見阿觸佛品)

그때, 부처님이 유마거사에게 묻기를, 그대는 여래를 만나고자 하는데 어떻게 여래를 보았는가? 그러자 유마거사는 "제 자신이 이 몸 그대로의 진실한 모습[實相]을 보듯이 부처님도 이와 같이 봅니다. 제가 보는바에 의하면 부처님은 과거에 생(生)한 것도 미래에 멸(滅)하는 것도 아니며 따라서 현재에 머물러 있지도 않습니다. 물질적인 현상[色]이라고도 보지 않으며, 물질적인 현상 그대로의 진실한 모습[如]이라고도 존재성[性]이라고도 보지 않습니다. 감각·표상·의지·마음[受想行識]이라고도 보지 않으며, 마음 그대로의 진실한 모습이라고도 존재성이라고도 보지 않습니다. 네 가지 원소[四大]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며, 흡사 허공과 같습니다. 오관(五官)과 마음[六入]이 결합한 것도 아니며, 눈·귀·코·혀·몸·마음을 초월하여 생사가 겹친 미혹의 세계[三界]에 있지도 않고, 세 가지 번뇌[三垢]를 이미 떠나서 깨달음으로 통하는 세 가지 길[三解脫門]로 따라서, 세 가지 초능력을[三明]을 갖추고 그러면서도 무명(無明)과 다르지 않습니다.
공통된 모습[一相]을 한 것도, 다른 모습[異相]을 한 것도, 고유하고 특수한 모습[自相]을 한 것도, 타자의 모습[他相]을 한 것도 아니며, 모습이 없는 것도 모습으로서 파악되는 모습[取相]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미혹의 세계[此岸]에 있는 것도, 깨달음의 세계[彼岸]에 있는 것도, 그 중간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중생을 제도하고 계십니다.

깨달음의 경계[寂滅]에 들어 있으면서도 깊이 들어간 것도 아니며, 이곳 저곳에 있으면서도 이곳 저곳에 머문 것이 아니며, 지혜나 인식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밝음과 어두움도 없으며, 이름과 형상도 없고, 강약(强弱), 정예(淨穢)도 없습니다. 방향과는 관계가 없지만 그렇다고 방향과 무관계(無關係)한 것도 아니며, 인연에 의해서 생(生)하는 것도 영원불변한 것도 아닙니다. 가르치지도 설하지도 않으며 베풀지도 않고 탐착하지도 않으며, 계를 지키지도 않고 깨뜨리지도 않으며, 인내하는 일도 성내는 일도 없으며, 정진하는 일도 게으름을 피우는 일도 없으며, 마음이 안정하거나 산란하지도 않으며, 지혜롭지도 어리석지도 않으며, 나는 일[出]도 드는 일[入]도 없으며, 어떠한 말로도 부처님을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복덕을 낳는 밭[福田]도 아니고, 복덕을 낳는 밭이 아닌 것도 아니며, 공양에 응하는 것도 아니며, 응하지 않는 것도 아니며, 취하는 것도 버리는 것도 아니며, 자색(姿色)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며, 진실한 궁극의 깨달음 그 자체[眞際]와 같으며, 진실 그대로의 모습[法性]과도 같습니다.
말할 수도 가늠 할 수도 없으며, 측정의 한도(限度)를 넘어서 있으며, 큰 것도 아니고 작은 것도 아니며,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으며, 감각할 수도 지각할 수도 없습니다. 이미 온갖 번뇌를 끊어 버렸으며, 모든 지혜와 같고, 중생과 같고, 모든 것에 대하여 분별함이 없습니다. 전혀 잃는 일도 없으며, 더럽혀질 일도 괴로워할 일도 없으며, 지음[作]도 일으키는 일도 없으며, 생(生)하는 일도 멸(滅)하는 일도 없으며, 두려워하는 일도 근심하는 일도 없으며, 기뻐하는 일도 싫어하는 일도 없습니다. 이전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앞으로 있을 것도 아니며, 지금 있는 것도 아니며, 어떠한 언어로도 분명하게 밝힐 수가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의 몸은 이와 같아 그렇게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같이 보는 것을 바른 내관(內觀)이라고 하며 이 밖에서 부처님을 보려고 한다거나 관찰하는 것은 모두 그릇된 관[邪觀]이라고 합니다."

그때, 사리불이 유마거사에게 묻기를, "당신은 어느 나라에서 모습을 없애고[沒] 이 세계에 태어났습니까." 그러자 유마거사가 반문하기를, "그대가 얻은 진실[法]은 모습이 없어지고 생기기도 합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없어지고 생기고 하지 않습니다."
"만약 어떠한 것도 멸(滅)하거나 생(生)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면 그대는 어느 나라에서 모습을 없애고 어찌 이곳에 태어났느냐고 묻습니까. 어떻게 생각합니까. 예를 들어 요술사(妖術師)가 꼭두각시의 남자나 여자를 만든 경우 그것은 어디서 모습을 없애고 여기에 태어난 것입니까." "모습을 없애고 태어난 것은 아닙니다."
"그대는 부처님께서 모든 것은 꼭두각시와 같은 것이라고 설한 것을 들은 일이 없습니까."
"그와 같습니다." "만약 모든 것이 꼭두각시와 같은 것이라고 한다면 그대는 어느 나라에서 모습을 없애고 여기에 태어났느냐고 어찌하여 묻습니까. 모습을 없앤다[沒]고 하는 것은 허망한 것이 무너져 망하는 것이며, 생한다고 하는 것은 그 허망한 것이 존속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보살은 모습을 없애기는 하지만 선(善)의 근본은 없애지 않으며, 태어나도 온갖 악(惡)을 증장(增長)시키지 않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시기를, "묘희국(妙喜國)이라고 하는 나라가 있는데 그 나라 부처님의 이름은 무동(無動)이다. 여기 유마거사는 그 나라에서 모습을 없애고 이곳에 태어난 사람이다." 그러자 사리불은 놀라서 말하기를, "희유한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이 분이 우정 청정한 나라를 버리고 이같이 성냄과 앙화가 많은 곳을 스스로 택한 것입니까."
그때 유마거사가 사리불에게 말하기를, "어떻게 생각하오. 햇빛이 빛날 때 어둠과 함께 입니까." "아닙니다. 햇빛이 비칠 때는 어떠한 어둠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태양은 무슨 까닭으로 이 세계[閻浮提]를 비추는 것이지요."
"밝게 비춤으로써 어둠을 없애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유마거사가 말하였다. "보살도 그와 같습니다. 비록 부처님이 부정(不淨)한 나라에 생하였다 해도 그것은 이 세상의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원력 때문이지 결코 어둠과 같은 어리석음이 결합된 것은 아닙니다. 오직 중생이 지닌 번뇌의 어둠을 멸하기 위한 것뿐입니다."
그때, 모인 대중은 마음속으로 묘희국의 무동여래(無動如來)와 보살과 성문(聲聞)들을 보고 싶다고 원하였다. 부처님은 모인 대중 전부가 마음속으로 생각한 것을 알고 유마거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여기 모인 대중을 위하여 묘희국의 무동여래와 보살과 성문을 나타내 주어라. 모두가 보고 싶어한다."

이에 유마거사는 이렇게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나는 이곳에 앉은 그대로 묘희국을 여기로 옮겨와야 되겠다. 철위산(鐵圍山)과 강과 계곡과 하천(河川)·대해(大海)·수원(水源)·수미산과 그 주변의 산들 및 해와 달·별·하늘·용·귀신·범천 등의 궁전과 또 수많은 보살들과 성문들·촌락(村落)·성읍(城邑)의 남녀·노유 내지는 무동여래와 보리수, 시방에서 불사(佛事)를 이룩하는 온갖 묘한 연꽃까지도 이곳으로 가져와야 되겠다. 보석과 구슬로 장식된 세줄기의 계단이 염부제(閻浮提)로부터 도리천(도利天)을 향하여 걸려 있고, 이 보옥(寶玉)으로 장식된 계단을 건너 하늘[天]들이 내려와 무등여래를 예배하고 그 가르침을 듣는가 하면, 염부제의 사람들도 그 계단을 올라 도리천에 이르러 그 천신들을 만난다. 묘희국은 이같이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였고, 위로는 아카니슈타[頂天=色究竟天]로부터 아래로는 물가에 이르기까지 마치 도공(陶工)이 녹노(녹노)를 오른 손에 쥐고 이 세계에 가져다 꽃다발을 보이듯이 보여 주어야겠다.'
그리고 바로 삼매에 들어 초능력을 발휘하여 묘희국을 떼어서 이 땅 위에 옮겨 놓았다. 그러자 초능력을 갖춘 그 나라의 보살들과 성문들과 그 밖의 천신들이 함께 말하기를, "아, 이것은 어찌 된 일인가. 세존이시여, 누가 저희들을 데리고 가는 것입니까. 바라오니 구하여 주십시오." 무동불(無動佛)은 말하였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이는 초능력자인 유마거사가 하는 것이다." 그밖에 초능력을 갖추지 못한 자들은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고 느끼지도 못하였다. 그리고 묘희국의 세계가 이 나라 안에 들어와도 증감(增感)하는 일이 없고 이 세계가 좁아지지도 않고 본래와 같았다.

그때, 석가부처님께서는 모든 대중에게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묘희국의 무동여래와 그 나라의 아름다운 장엄과 보살들의 청정한 행과 제자들의 청정함을 보아라."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이미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만약 이같이 청정한 부처님의 나라를 건설하고자 원하면 보살은 마땅히 무동여래가 행한 길을 닦아 가지 않으면 아니 된다." 그런데 이 묘희국이 이 곳에 출현하였을 때, 이 사바세계의 14나유타(那由陀)에 달하는 사람들이 최고의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阿욕多羅三먁三菩提心]을 일으키고 묘희국에 태어나기를 원하였으므로, 부처님[釋迦牟尼佛]은 곧 그들에게 예언하셨다. '반드시 저 나라에 태어나리라'고, 그때 묘희국이 이 세계에서 도움을 주는 일이 끝났으므로 본래의 곳으로 돌아갔다. 모든 사람은 그것을 보았다.
부처님께서는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저 묘희국과 무동불을 보았는가, 어떠한가."
"예,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니다.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청정한 나라를 얻음이 무동불과 같고, 초능력을 얻음이 유마거사와 같도록 하여 주십시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기쁘게도 뛰어난 은혜[善利]를 얻어 이 같은 분을 가까이하고 공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약 지금의 현재, 혹은 부처님께서 멸한 다음에도 이 경전을 귀하게 여기는 모든 중생은 지금과 똑같은 은혜를 입을 것입니다. 하물며 들은 다음에 믿고 이해하며, 기억하고, 독송하며, 해설하고, 가르침 그대로 수행하면 그 은혜는 얼마나 하겠습니까.

만약 어떤 이가 손수 이 경전을 얻으면 바로 가르침의 법보장(法寶藏)을 얻은 것과 같으며, 만약 독송하고 그 뜻을 해석하고 설하는 바와 같이 수행하면 그때는 수많은 부처님의 가호를 받습니다. 또 이 같은 사람을 공양할 때는 바로 부처님을 공양하는 것이라고 알아야 합니다. 이 경전을 서사(書寫)하여 지닌 사람이 있으면 마땅히 그 방안에 여래가 있다고 여겨야 합니다. 만약 이 경전을 듣고 마음으로부터 기뻐하는 사람은 진정 일체를 아는 지혜[一切智]를 얻은 사람이며, 만약 이 경전의 아주 적은 시(詩) 한 구절이라도 믿고 이해하여 남에게 들려주는 사람은 최고의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는 수기를 받을 사람이라고 여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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