ⅩⅡ

법공양품(法供養品)


13. 법공양품(法供養品)

그때, 제석천이 대중 가운데서 부처님께 말씀드리기를, "세존이시여, 저는 부처님과 문수사리로부터 백천(百千)의 경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처럼 불가사의하고 자유자재하며, 실상을 초월하는 법을 말하는 경전을 접한 적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말씀의 뜻을 제가 이해한 범위 안에서는 만약 누구든 이 경전의 가르침을 듣고 그것을 믿고 기억하고 독송할 때에는 반드시 이 경전에 의하고 체득하면 틀림이 없을 것이며,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한다면 이 사람은 온갖 죄의 과보를 받는[惡趣] 일이 없으며, 선업의 과보를 받아서 항상 많은 부처님의 가호를 받을 것입니다. 또 외도를 설복하고 악마나 원수에 상관없이 깨달음으로의 길로 나아가게 하며, 수행처에 편안하게 거처하여 부처님이 수행하신 전철을 밟아 갈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기억하고 독송하며 혹은 설해진 그대로 수행하는 사람이 있으면 저는 그를 반드시 권속과 함께 공양하고 받들겠습니다. 촌락이나 성·숲·광야 그 어디를 가리지 않고 이 경전이 있는 곳이면 저와 저의 권속은 이 가르침을 듣기 위하여 찾아가고 아직 믿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믿게 하고 이미 믿는 사람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그때 부처님은, "매우 좋은 일이다. 그대가 말한 그대로이므로 나도 그대의 기뻐하는 일을 도우리라. 이 경전은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부처와 그 불가사의한 최고의 깨달음을 널리 설한 것이다. 제석천도 이 경전을 기억하고 독송하며, 공양하는 훌륭한 남녀(男女)는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부처님을 공양한 것이 된다. 지금 이곳에는 삼천대천세계에 부처님이 충만하여 비유컨대 감자나 대[竹]·갈대·베·삼[麻]·숲과 같이 많다고 하자. 만약 착한 남녀가 있어서 혹은 일겁(一劫)에 걸쳐, 혹은 일겁이 못되는 동안 존경하고 찬탄하며 공양하여 조심하여 온갖 봉사를 다하고, 부처가 멸한 다음은 하나 하나의 전신사리(全身舍利)를 모아서 칠보로 장식된 탑을 짓고, 그 넓이는 네 개의 대륙[一四天下]에 미치며, 높이는 범천에 이를 만큼 높고, 앞의 기둥을 장엄하고, 꽃이나 향·영락(瓔珞)·당·번(幡)·음악 등, 언어라는 모든 언어를 가져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하게 지어서, 혹은 일겁에 걸치고, 혹은 일겁에 미치지 못하는 동안 이 탑에 공양한다면 제석천 너의 생각은 어떠한가. 이 사람은 복덕이 많은 것인가, 어떠한가"라고 말씀하였다.

그러자 제석천은,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복덕은 길고 긴 무한의 시간[百千億劫]에 걸쳐 설하여도 모두다 설할 수는 없습니다." 다시 부처님께서 제석천에게 말씀하시기를, "이 불가사의한 깨달음의 경전을 듣고 믿고 이해하고 기억하며 독송하고 수행하는 훌륭한 남녀의 복덕은 지금 말한 그 사람보다도 많다고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부처의 깨달음은 모두 이 경전에서 나온 것이며, 그 깨달음의 모습은 헤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복덕은 헤아릴 수가 없느니라." 또, 말씀하시기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먼 무한한 과거[過去無量阿僧祗劫]에 부처님이 나타나 약왕여래(藥王如來)라고 불리었다. 그리고 응공(應供)·정변지(正변知)·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佛)·세존(世尊)이라고 부른다. 그 세계를 대장엄(大莊嚴)이라 하고 그때를 엄장(嚴莊)이라고 말한다. 부처님의 수명은 이십소겁(20小劫)이며, 그 출가한 제자들[聲聞僧]은 30억 나유타 이고, 보살의 모임[菩薩僧]은 12억이 있었다. 그 무렵에 전륜성왕(轉輪聖王)이 있어서 칠보를 갖추고 네 개의 대륙을 통일하고 있었다. 이 왕에게는 일천 명의 왕자가 있었으며 단정하고 강건하여 능히 적을 항복시킬 수가 있었다. 이때, 보개왕(寶蓋王)은 그 권속과 함께 약왕여래에게 공양을 올리고 편안하게 하는 온갖 것을 올려 다섯 겁에 이르고 이윽고 다섯 겁이 지났으므로 그 천명의 왕자들에게 이같이 말하였다. '너희들도 나와 같이 진심으로 부처님에게 공양하여야 한다'고, 그리하여 천명의 왕자들은 부왕의 분부대로 약왕여래에게 공양을 바치고 편안하게 하는 모든 것을 받들어 올리기 다섯 겁에 이르렀다.
이에 그 왕자 중에 월개(月蓋)라고 하는 아들이 있었는데, 그는 홀로 고요히 앉아 '도대체 공양 중에 이 같은 공양이 또 있을까'하고 생각하였다. 그때, 부처님은 초능력을 발휘하여 공중에 나타나 보여, '여보게, 가르침[法]의 공양이 어떠한 공양보다도 훌륭한 것일세'라고 하였다.
왕자는 곧 물었다. '가르침의 공양이란 어떤 것인가.' 그러자 하늘이 '자네가 약왕여래에게 가서 묻는 것이 좋을 것일세. 자네를 위하여 반드시 상세하게 가르침의 공양을 가르쳐 줄 걸세,' 월개왕자는 곧 약왕여래를 찾아갔다. 부처님의 발아래 예배하고 한쪽 자리에 앉아 부처님에게 물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공양 가운데 가르침의 공양이 가장 훌륭하다고 하는데 어떠한 것을 가르침의 공양이라고 합니까.'
부처님[藥王如來]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였다.
'젊은이여, 가르침의 공양이라고 하는 것은 부처님들이 설하시는 깊은 의미를 지닌 경전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모든 세간에서는 믿기 어렵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으로서 미묘하기 때문에 보기가 어렵고, 청정하므로 물들지 않으며, 분별이나 사유로서 이해되는 것이 아니다. 보살을 위한 가르침의 갈무리 안에 쌓여 있고, 다라니(陀羅尼)의 인(印)으로 봉인되어 있어서 얻은 공덕은 두 번 다시 잃어버리지 않는다. 여섯 가지 수행을 완성[六度]하고 뜻을 바르게 분별하여 진실한 깨우침의 법을 따르는 자가 된다. 모든 경전의 위에 있어 광대한 부처님의 자비세계에 이끌어 들이고, 모든 악마의 장애와 삿된 생을 떠나서 인연의 도리에 따르고, 자아(自我)도 실제로서의 개인[人]도 살아있는 것[衆生]도 생명으로서의 개체[個體壽命]도 없으며, 공(空)하여 차별도 없고 바라는 일도 없으며, 인연이 없으면 생하는 일도 없다고 설하여 중생으로 하여금 도장에 들게 하고 법륜(法輪)을 굴리게 한다. 하늘과 용신, 건달바들은 한결같이 이를 칭찬한다.

또, 중생을 부처님의 가르침[法藏]에 이끌어 들이고 많은 현자와 성인의 지혜를 모두 포용하며, 보살이 행하는 길을 설하여 가르치며, 모든 존재의 진실한 모습[諸法實相]이 가리키는 바를 따라 무상하고, 괴로움으로 가득 차고, 공하며 영원히 변하지 않는 주체[我]는 없다는 것과 깨달음의 가르침을 밝혀서 계를 지키지 않는 어떠한 사람도 구제하고, 많은 악마와 이교도와 탐욕으로 얽힌 사람으로 하여금 두려워하게 한다. 부처님과 현성(賢聖)이 함께 칭찬한다. 또 생사의 괴로움을 버리고 깨달음[涅槃]의 즐거움을 나타내며, 이는 진실로 과거·현재·미래에 걸친 시방의 모든 부처가 설하는 바인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은 경전을 듣고서 믿고 이해하고 기억하여 독송하고, 방편을 써서 온갖 중생을 위하여 분별하여 주고 해설하고 분명하게 밝혀서 납득하게 하면, 이것은 가르침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므로 이것을 가르침의 공양이라고 하는 것이다.

또, 설해진 바와 같이 모든 것에 있어서 수행하고 생존의 조건을 가리킨 열두가지 계열[12因緣]에 따라서 모든 삿된 생각을 떠나고, 진리를 깨달은 마음의 평안함[無生忍]을 얻고, 주체[我]가 없고 살아 있는 것[衆生]도 없음을 분명하게 깨달음과 동시에, 직· 간접의 원인과 그 결과에 있어서도 상이함이 없으며, 주체에 소속[我所]하는 온갖 것으로부터도 떨어지며, 가르침의 의미를 중시(重視)하나 말에 얽매이지 않으며, 진실한 지혜를 의지 하지만 마음의 움직임[識]에 의지하지 않으며, 가르침을 완전히 나타낸 경전[義經]을 의지하나 불완전한 경전[不了義經]에 의지하지 않고, 가르침[法]에 의지하나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진실한 모습[法相]에 따름으로 들어감[入]도 돌아감[歸]도 없으며, 무명(無明)이 궁극에 없어지므로 모든 행도 궁극에 있어서는 없어지며, 내지 생도 궁극에 있어서는 없어지므로 늙음도 죽음도 궁극에 있어서는 없어지는 것이며, 이같이 관찰하면 이 열두가지 계열[12因緣]에 있어서 다하여 없어지는 모습이 있지 않고, 또 그와 같이 보는 생각도 일지 않는다. 이것을 최상의 법 공양이라고 하는 것이니라.'라고 하셨다."

이때 석가부처님은 제석천에게 말씀하시기를, "월개왕자는 약왕여래로부터 이와 같은 가르침을 받고 바르게 생각하여 스스로 깨달을[柔順忍] 수가 있었다. 그리고 곧 보옥으로 장식한 옷과 장신구를 부처님에게 공양하였다. 그러자 제석천은 부처님께 말씀드리기를,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멸(滅)하신 뒤에도 저는 반드시 법(法) 공양으로 가르침을 지켜 나아갈 것입니다. 바라오니 뛰어난 힘으로 자비를 베푸시어 저에게 힘이 되어주십시오. 제가 악마나 원수를 항복시켜 보살의 행을 닦을 수 있도록 하여 주십시오.' 부처님은 그 깊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진실을 알고 '그대는 내가 멸한 뒤 가르침의 성[法城]을 지키리라'고 예언을 해 주었다. 그리고 제석천아, 월개왕자는 가르침이 청정한 것임을 알고, 부처님의 예언을 얻어 출가하였다. 그리하여 정진한 결과 오래지 않아서 다섯 가지 초능력을 갖추게 되고, 보살의 수행을 성취하여 뛰어난 기억력[陀羅尼]과 다함이 없는 변설의 재능을 얻었다. 부처님이 멸한 뒤에는 그는 초능력과 기억과 변설의 재능을 가지고 십소겁(十小劫)이 다하도록 약왕불이 설한 가르침을 그대로 설하고 넓혔다. 월개비구(月蓋比丘)는 가르침을 지키고 잘 수행하였으므로 그 생애에 있어서 백만억(百萬億)의 사람을 교화하고 그 모두가 최고의 깨달음[阿욕多羅三먁三菩提]를 얻게 하여 다시는 물러서지 않게 하였다. 또 14나유타에 달하는 다른 사람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성문이나 벽지불이 되고자 깊이 원하였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천상에 태어날 수가 있었다. 그때에 보개왕(寶蓋王)은 다른 사람이 아닌 지금의 부처가 되어 보염여래(寶焰如來)라고 불리는 분이며, 그 왕자들은 곧 현겁(賢劫)의 천불(千佛)들이다. 가라구손다(迦羅鳩孫다)가 처음 부처가 된 이래 최후의 부처는 루지(樓至)라고 불러져 왔다. 그리고 월개비구는 곧 '나'이니라.
제석천은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한다. 법 공양을 모든 공양 중에 제일 으뜸으로 삼으며 비교할 바 없는 제일로 삼는다. 그러므로 제석천은 가르침[法]의 공양에 의하여 부처님을 공양하여야 하느니라."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