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證道歌(증도가)

 

서설(序設)

도가(證道歌)는 영가(永嘉)스님(서기665∼713)의 저술로서 휘(諱)는 현각(玄覺) 자(字)는 도명(道明)이며, 성은 대(戴)씨로서 절강성(浙江省) 온주부(溫州府) 영가현(永嘉縣)사람이다. 어릴 때 출가하여 삼장(三臟)을 두루 섭렵하고 일반학문에도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그는 천태종이었지만 육조혜능대사로부터 도(道)를 얻었고 그가 몸담았던 천태종 팔조(八祖)인 좌계현랑(左溪玄朗) 법사와도 서신왕래를 하며 동문인연을 중시하였다.

영가스님은 출가 후에도 온주의 개원사에서 어머니, 누나와 함께 생활하며 효심이 지극하였다고 한다. 출가승이 가족과 함께 절에서 사는 것에 대해서 절집에서는 물론 인근 마을에서도 비난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유마경에서 불심종(佛心宗)의 이치를 깨친후 자신의 공부를 증명할 상대가 없던 중에 객승 현책(玄策)의 소개로 조계산으로 혜능대사를 찾아간 사건이 마음공부의 큰 획을 긋는 인가(認可)모습이기에 아래에 그 일화를 간략히 기술한다.

천태종에서 수학하던 영가스님이 나이 31세 때 조계산에 이르니 때마침 육조혜능대사께서 상당하여 법문을 하고 계셨다. 영가스님은 예도 표하지 않고 법상을 세 번 돌고 육환장을 짚고 혜능대사 앞에 떡 버티고 서자 혜능대사께서,

"대저 출가사문은 삼천위의(三千威儀)와 팔만세행(八萬細行)을 갖추어서 그 행동이 어긋남이 없어야 하거늘, 대덕은 어디서 왔기에 도도하게 아만을 부리는가?"

그러자 영가스님은
"나고 죽는 일이 크고 무상(無常)은 빠릅니다." 라고 하였다. 이에 혜능대사께서 "어찌하여 남[生]이 없음을 체험해서 빠름이 없는 도리를 꿰뚫어 알지 못하는가?"

그러자 영가스님은 "본체는 남(生)이 없고 본래 빠름이 없음을 요달하였습니다."

이에 혜능대사가 "네 말과 같다. 네 말과 같다." 라고 인가하시니 천여대중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때 비로소 영가스님은 위의를 갖추어 혜능대사께 정중히 예배하고 곧바로 하직인사를 하자 혜능대사께서,

"왜 그렇게 빨리 돌아가려고 하느냐?"

"본래 스스로 움직이지 않거니 어찌 빠름이 있겠습니까?"

"누가 움직이지 않는 줄 아느냐?"

"스님께서 스스로 분별을 내십니다."

"네가 참으로 남[生]이 없는 도리를 알았구나!"

"남이 없는데 어찌 뜻이 있겠습니까?"

"뜻이 없다면 누가 분별하느냐?"

"분별하는 것도 뜻이 아닙니다."

그러자 혜능대사께서 법상에서 내려와 영가스님의 등을 어루만지시며 말씀하시기를,

"장하다 옳은 말이다. 손에 방패와 창을 함께 들었구나. 하룻밤만 쉬어 가거라."

그 때 영가스님이 조계산에서 하룻밤을 묵고 갔다 하여 후세사람들은 그를 일숙각(一宿覺)이라 불렀다. 이튿날 하직을 고하니 혜능대사께서 몸소 대중을 거느리시고 영가스님을 전송하는 마당에서 영가스님이 열 걸음쯤 떼다가 석장을 세 번 내려치고 말하기를, "조계를 한 차례 만난 뒤로는 나고 죽음과 상관없음을 분명히 알았노라!" 라고 천명한 후 조계산에서 육조혜능대사를 작별하고 고향으로 돌아오자 '부사의(不思議)한 사람'이라고 소문이 자자하였다. 그로부터 영가스님의 가(歌), 행(行), 게(偈), 송(頌)등은 모두 그의 누나가 수집하여 후대에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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